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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 별 것 아닌 기적
유미의 평생네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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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행했던 첫 기적은 가나의 혼인 잔치(요한복음2:1-11)에서 벌어집니다. 포도주가 떨어지자 물을 포도주로 만드시죠. 저는 어째서 예수의 첫 기적이 '주조'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첫번째 기적이라면, 더 멋진 기적을 행할 법도 하신데, 어째서 잔치에서 떨어진 술을 해결하신 것일까요.


그 궁금증을 저는 그림책 < 마녀의 매듭 >(리사 비기 글, 모니카 바렌고 그림, 오후의소묘, 2022)을 읽으며 해결했습니다. 그림책 속 마녀는 동물들의 행복을 빼앗아 자신의 머리에 매듭으로 가둡니다. 참다 못한 동물들은 해결방법을 찾아나서죠. 마녀의 우물에 돌을 넣기도 하고, 마녀의 텃밭을 망치기도 하고, 마녀의 숲에 구덩이를 파기도 하지만 마녀의 악행을 멈추기란 쉽지 않습니다. 마녀를 변하게 한 것은 오소리의 초대였어요. 동물들의 잔치에 초대하는 오소리의 편지에 마녀는 머리를 감고 단장을 합니다. 잔치에 가서 오소리와 함께 춤을 추지요. 그 날 마녀는 행복했고, 더 이상 동물들의 행복을 빼앗지 않았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예수의 기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기적이 별 것 아닌 것일 수 있다는 깨달음 아니었을까요? 기적이란 어쩌면 별 것 아닌 오소리와의 춤, 한 잔 더 채워지는 기쁨,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흥겨움 아닐까요. 오늘 여러분의 하루에 기적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2025. 02 유미 글 그림)